<130422 국제신문 시사프리즘>
대북정책 추진체계부터 정립해야
이 봉 조(극동대 교수)
북한의 대남협박공세가 지난 3월 7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이후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사후 대응에 급급했으며 때로는 북한에게 추가 위협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이유로 우선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읽어내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건들지 못할 것이라는 자기 중심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의 잠정폐쇄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주변국가의 지도부 교체는 북한의 대내외 정책의 가변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다. 북한에게는 이러한 전환의 시점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초조함이 그들의 행동에 묻어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시작하였으나 생전에 끝내지 못한 북미관계 개선과 경제강국 건설의 토대 마련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박근혜정부가 대북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북한의 의도와 예상되는 행동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는 ‘지피지기’가 좌우한다.
지난 4월 9일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5만 3천명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전날 김양건 대남사업담당비서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이후 사태가 어떻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남한 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거듭된 도발위협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 측이 제기하길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명직후 류길재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제의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3시간 뒤 박근혜대통령은 통일부장관의 성명은 대화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장관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어설픈 대화제의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해 나올지는 불문가지였다. 북한은 우리의 대화제의에 대해 ‘교묘한 술책’, ‘내용도 없는 빈껍데기’라고 비하했다. 사실상 대화제의를 거부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북한의 대화제의 거부에 대해 통일부와 청와대는 애초 “대화 거부라고 쉽게 단정 말라”고했다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심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대화 거부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해설이 곁들여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뜻을 부처에 전달하는 메카니즘이 가동되지 못했거나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각 부처의 생각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안보와 관련되는 사안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당연히 정례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 회의에서 대통령의 생각이 정확히 전달되고 각 부처에서 일사불란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청와대 안보실장이 대통령과 부처사이의 간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분명하게 임무를 부여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다. 대북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협력과 국민적 지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잘짜여진 대북정책 추진 틀을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박근혜정부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내용을 채워 넣는 것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여러 차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도, 우리 국민도, 국제사회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체화하려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 일을 특정부처나 정부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가진 인사들의 참여와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종적인 선택은 대통령이 하면 될 것이다.
대북정책의 전환이 모색되는 시기에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 막중한 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끝>
